국내최고전문가 15인이 바라본 IOT의 미래잡기


이번 12월 10-12일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HCI Korea 2015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있는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의 조광수입니다. 국내 최대규모로 열리는 이번 사물인터넷 패널토론에 앞서 잠시 HCI Korea 2015컨퍼런스 소개를 드리면, 한국 HCI 연차학술대회는 보통 2천 여명이상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이며, IT 관련 학계 뿐만 아니라, 산업에서도 대거 참석합니다. 특히 올해는 해외에서도 많은 분들이 참석하게되어 이제 국제적인 위상마져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HCI Korea 2015의 주제는 Interaction of Things (IoT)이기에,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들을 모시고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사물인터넷 미래잡기”라는 IoT 패널을 개최합니다. 눈앞에 바짝 다가 온 사물인터넷의 시대. 이제 새로운 UX, 인터랙션, 서비스와 비지니스로 산업이 혁신되는 세상을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갑론을박하는 유익한 자리에 여러분 모두 참여하시어 뜻 깊어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점심식사와 저녁만찬을 제공합니다.

2014년 12월 10일 – 11일

홍은동 그랜트힐튼 호텔 Diamond Hall

등록: http://hcikorea.sql.co.kr/hcik2015/

후원: HCI Trends, 연세 UX 아카데미, 서울시, SBA

사회: 조광수,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IoT 세션 1: 튜토리얼 – 12 10 수요일 12PM-1:20PM]

O 조광수 교수, 연세대학교, “튜토리얼: IoT의 혁신과 IT 비지니스 3.0”

[IoT 세션 2 – 12 10 수요일 1:30PM-3PM]

O 김현석 교수, 홍익대학교, “IoT 미디어의 콘텐츠 디자인

O 편백범 사장, 크루셜소프트, “IoT 결제서비스”

O 권태경 교수, 연세대학교, “IoT 보안”

O [패널토론]

[IoT 세션 3 – 12 11 목요일 11:30AM-13PM]

O 우운택 교수, 카이스트, “IoT 인터랙션, 증강현실, 그리고 증강휴먼”

O 박용석 수석, 삼성전자, “IoT 통신”

O 김형준 센터장, ETRI, “IoT 표준화”

O [패널토론]

[IoT 세션 4 – 12 11 목요일 14:00PM-15:20PM,  1시간 30]

O 차두원 실장, KISTEP, “IoT와 공유경제”

O 정지훈 교수, 경희사이버대학교, “IoT와 헬스케어”

O 이경전 교수, 경희대학교, “IoT와 비지니스모델”

O [패널토론]

[IoT 세션 5 – 12 11 목요일 15:30PM-16:50PM,  1시간 30]

O 이지현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IoT 인터랙션과 서비스”

O 임정욱 센터장,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IoT와 스타트업기업”

O 이원석 박사, 삼성전자, “IoT와 (모바일) 웹의 미래”

O [패널토론]  

[IoT 세션 6 – 12 11 목요일 17:00PM-18:30PM,  1시간 30]

O 조광수 교수, “IoT의 크로스도메인 비지니스”

O 황병선 대표, PAG&파트너스, “IoT 시장에서의 플랫폼 경쟁력”

O 한상기 소장, 소셜컴퓨팅연구소, “IoT의 향후 연구과제”

O [패널토론]   HCI2015_final

사례를 통해 이해하는 인터랙티브 (체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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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마케팅(experience marketing)과 사용자경험(UX: User eXperience)를 동일하게 보는 경우를 흔치 않습니다. 이런 혼동은 마케터에게도 나타나지만, 디자이너에게도  나타나고, 심한 경우는 UX 하는 분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물론 체험마케팅이나 사용자 경험 모두 인간의 인지, 감성, 행동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에 한 뿌리를 두고 있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체험마케팅과 사용자경험은 다른 점도 많습니다. 물론 이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초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그래서 우선 UX 디자이너나 UX 엔지니어를 위해 씁니다.

 

1. 전통 마케팅이란?

체험 마케팅을 이해하기 전에 전통적인 마케팅을 알아보지요.  예전에는 TV, 라이오, 신문, 잡지 같은 전통매체를 이용하는 ATL (Above the line) 마케팅 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매체에서는 멀리있는 대상을 알아보는 원(remote)감각에 해당하는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 메세지를 던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전통마케팅에서는 메세지가 잘 이해되는가, 감칠 맛이 나는가? 설득적인가? 경쟁광고와 차별화된 (심리적) 포지셔닝을 하는가? 전략적으로 옳바른가? 등이 판단의 기준이었습니다.

 

2. 체험마케팅이란?

최근에 급부상한 체험 마케팅에서는 시각과 청각같은 원감각을 이용한 전통적 마케팅은 간접적 경험을 준다고 봅니다. 그래서 체험마케팅에서는 이 보다는 촉각, 후각, 미각 같은 근감각을 중심으로, 즉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체험(experience)을 통해 브랜드에 몰입시키려고 합니다. (이미 간파하신 분도 있겠는데 마케팅 연구에서 인지과학의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기반의 마케팅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원감각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TV나 신문같은 매체광고 보다는, 소비자가 직접참여하는 캠페인같은 이벤트가 중요해 진 것이고, 불특정 다수에게 쏟아붇는 메세지보다, 몇몇 개인만을 감동시킨다거나, 게릴라식의 이벤트가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체험마케팅의 판단기준은 소비자가 어떻게 이벤트/캠페인의 일부로서 참여를 하며 캠페인을 완성해나가게 만들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에 몰입(engagment)하는가가 중요하게 됩니다. 체험마케팅도 판촉활동이긴 하지만 당장에 판매를 높이려는 마케팅과는 다릅니다.

 

3. 인터랙티브 마케팅이란?

특히 체험마케팅은 최근 IT 기술과 접목되면서 인터랙티브 마케팅이라고도 합니다. 전통적인 광고가 소비자를 수동적으로 메시지를 흡수하는 존재로 보았던것과 달리, 인터랙티브 마케팅에서는 IT기술을 통해 능동적으로 체험하는 인터랙션과정을  중요하게 봅니다.

 

4. 좋은 인터랙티브 체험 마케팅의 요소

우선, 캠페인이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진정성이란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감성을 담아낼 수 있거나, 소비자의 모순을 깨우치며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하며, 특히 브랜드의 행동과 일관되어야 합니다.  세계평화를 강조하면서 군수산업을 한다거나, 테러분자와 연관된 활동을 하고 있으면 안되겠지요.

둘 째,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소파에 앉아 TV를 바라보며 완성된 내러티브를 소비하는 것이 마케팅이었지만, 인터랙션 덕분에 마치 게임처럼 내러티브의 과정에 참여하여 완성토록 하는 것입니다.

셋 째,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이 ‘정당화‘ 되거나 혹은 심리적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정당화의 수단은 개인적으로 감동일 수도 있고, 재미(fun 또는 engaging)가 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칭찬이나 부러움같이 인정받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바이럴을 일으켜 낼 것이라고 봅니다. 참고로, 요새 세상의 바이럴은 결국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라거나 리트윗 같은 클릭을 말합니다.

 

5. 사례보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누구나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고 전파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지와의 교감을 이끄는 일이 그 만큼 중요해졌습니다. 이에 기발하기도 하고 특별한 체험을 주며 소비자의 참여를 이끄는 다양한 체험마케팅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사용자와의소통을 이끄는 그 특별한 몇 가지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1. 니베아 선키즈

브라질의 Veja라는 메거진에 실린 Nivea Sun Kids 의 특별한 잡지광고입니다. 니베아 자외선차단제 광고에서 팔찌 모양의 종이를 뜯어 아이의 손목에 채워줍니다. 그리고 니베아의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고 팔찌를 인식시키고 아이가 멀어질 수 있는 거리를 정해서 작동시키면, 블루투스가 내장된 팔찌와의 거리를 추적해서 아이가 멀어질 떄 알람을 울려줍니다.

휴가를 맞아 발생할 수있는 미아방지를 위한 작은 배려입니다. 니베아 선키즈는 ‘아이의 피부를 보호한다’는 컨셉에서 바로 ‘아이를 보호한다’라는 브랜드 컨셉을 체화토록 한 경우입니다. 즉 자외선차단제는 야외활동시 필요한 것으로서, 야외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아문제에 대해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챙겨주는 [진정성]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소통을 이룬 것입니다.

니베아 선키즈의 잡지광고는 제품의 속성을 파악해 이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과 효과적으로 연결시키고, 디지털기술을 접목하면서 소비자와 직접적인 [인터랙션]을 해 나갑니다. 여기서 내러티브는 니베아의 선키즈에서 제공한 미아방지용 팔찌를 통해 아이를 보호하면서 부모는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아이가 멀어질 때마다 알람이 울리면 더욱이 니베아 선키즈에게 고마워하겠지요. 바로 이 인터랙션의 [정당화]는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흔히 ‘재미’만을 생각하는데, ‘재미’ 역시 체험을 정당화시키는 요소일 뿐이다. 오히려 ‘재미’를 남용하다보면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봅니다.

어떤 체험마케팅을 하건 사용자가 활발하게 참여할  정당한 이유를 주어야 합니다.  니베아의 선키즈 광고에서 처럼  “아이를 보호한다”는 브랜드 컨셉을 통해 부모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는 것입니다.

맥락이 어찌되었던 간에, 체험마케팅도 전통적 마케팅처럼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판촉활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마케팅처럼 제품의 판매보다는 브랜드의 경험에 보다 방점이 있습니다.

 

사례 2. 코카콜라 병 따기

코카콜라 병을 따기 위해 두 사람의 병꼭지를 마주대고 돌리면서 웃고 떠들게 하는 것도 이런 인터랙션을 이용한 체험마케팅입니다.  혼자서는 딸 수 없는 콜라병을 누군가와 마주대고 돌리면서 딴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고 재미납니다.  여기서 진정성이란 가벼운 활동입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컨셉이 함께하는 행복이듯 활동도 그렇게 가볍고 사람들이 함께하도록 자아냅니다.  그래서 코카콜라의 체험마케팅에서는  사람들간의 인터랙션을 자아내고, 그 과정에서 가벼운 웃음를 만들어 냅니다.

사례 3.  아이와 함께 읽는 동경신문
우리나라 신문은 이제 한자를 쓰지 않지만, 일본신문은 여전히 한자를 많은 사용하다보니, 아이들이 읽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동경신문은 스마트폰의 증강현실앱을 이용해 어른만 보던 신문을 비추면 아이들용 콘텐츠로 다시 살아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무려  2100% 다운로드 증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편리하게 만들었다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미래신문이란 컨셉을 인터랙션으로 디자인하였다는 것입니다. 마치 맥도널드의 키즈밀 같이 이 신문의 미래 소비자인 아이는 부모와 함께 했던 따듯하고 즐거운 경험을 기억할 것입니다.
사례 4. Tipp-Ex 수정테이프
Tipp-EX라는 수정테이프 회사의 유투브 기반광고인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입니다.  인터랙티브 무비의 형식을 따서 비디오클립을 시청하고 나면 A안, B안을 물어봅니다. 소비자는 어떻게 할 지 선택을 하게 합니다.  이 수정테이프의 광고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곰에 당황한 사냥꾼이 소비자의 역할을 하고,  곰을 총으로 쏠 것인지, 쏘지 않을 것인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 쏘는 것을 선택하면 그러면 새로운 동영상이 시작되면서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사냥꾼이 쏘고싶지 않다며 수정테이프를 이용해 타이틀 바에 있는 쏜다는 단어를 지워버립니다! 다른 대안을 선택해도 사냥꾼은 다른 단어를 입력하라고 부추깁니다. 유투브 인터페이스는 컴퓨터안에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이라 수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도 못해보았는데, 갑자기 이 유투브 인터페이스를 수정테이프로 지웁니다. 이 놀라운 인터랙션 시나리오를 통해 소비자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고, 플래시벌브 메모리처럼 제품에 대한 강한 이미지로 각인됩니다.
사례 5. Pizza Hut Interactive Table
피자헛의 컨셉인데,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처럼, 피자헛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피자를 함께 만들어 갑니다. 인터랙티브 기술로 가능하게 된 주문 인터페이스는 피자헛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만들어 내는 경험을 중시하는 것인데, 사이렌오더보다 우수한 점은 피자를 소비할 손님들이 함께 만드는 공동창작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재미와 갈등이 모두 나타날 수 있게 되겠지요.
사례 6.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의 Johnny Cash 프로젝트
마지막으로 구글에서 내부에 마케팅회사를 설립하며 만든 첫 번째 작품이 Johnny Cash 프로젝트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인상적이던 것인데, 전통적인 마케팅기업은 할 수 없는 IT 기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마케팅의 새 지평을 펼쳤다고 보입니다.  조니 캐쉬는 미국의 유명한 가수였는데 2003년 유명을 달리하였습니다. 그의 마지막 녹음이었던  Ain’t No Grave란 곳은 죽음과 부활, 영원한 삶을 노래한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곡에 맞춰 한 프레임씩 자기의 생각을 그립니다. 그의 별칭인 Man in Black을 따라 모두 흑백으로만 그릴 수 있습니다.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은 이 프로젝트에 접속한 사람들이 한 프레임씩 그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그림을 하나의 영상으로 합쳐내는 것이 이 프로젝트였습니다. SNS를 통한 연결과 참여, 협동이 만들어낸 이 시대 가장 디지털스러운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인터랙션 의미의 재조명
흔히 인터랙션을 주고 받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HCI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의 약자인데, 여기서 말하는 인터랙션이란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값을 입력하고 그에 대해 컴퓨터로부터 출력을 받는 것이라고 보통 말합니다. 사실 이런 개념은 인터페이스이지 인터랙션은 아닙니다. 이런 개념화를 잘못되었다는 비판은 HCI의 형성초기부터 나왔는데,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의 Terry Winograd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이 분야 종사자들의 특성은 엄밀한 언어 사용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터이라 그리 파급되지는 못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인터랙션이란 내터티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천송이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차고 도민준을 부르도록 하는 인터랙션을 디자인했다면, 인터랙션은 웨어러블을 만지작 거리는 것을 넘어 전체의 내러티브를 완성해 가는 과정입니다.
즉 체험마케팅 혹은 인터랙티브 마케팅에서 내러티브 (쉽게는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본 틀은 기업이 만들지만 소비자가 참여하여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런 완성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소비자에게는 합당한 이유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참여의 정당화인데 이것은 재미(fun)도 좋고, 감동도 좋고, 사회적 인정이나 부러움 등 다양한 감성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결국 engaging 이 나타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체험의 내용은 브랜드 컨셉과 일관되게 나타나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의 원클릭 결제와 망국병 액티브엑스 기반의 결제

amazon

세계최대 온라인 쇼핑기업인 아마존이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마존은 지난 해 5월 ‘아마존 코퍼레이트 서비시즈 코리아‘란 한국법인을 설립하였고,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시작했다. 아마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물류창고지를 알아보는 등 물밑 준비를 한다는게 알려진 것이다. 아마도 일본에서의 성공경험과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직접구매 열기때문에 우리나라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클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이한 환호성이 나왔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이 그랬던 것 처럼, 아마존이 들어와서 액티브액스 전자결제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절규였다. 필자도 동감할 만한 경험이 여럿있다. 작년 초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잔뜩 찾아서 쇼핑백에 담고, 결제를 하려했더니 액티브엑스를 설치해야 했다. 그런데 시스템이 재부팅되더니 쇼핑백은 텅비었다. 20 분에 걸친 노력 끝에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대학에서 학적부를 발급 받으려했는데 수수료 포함 550원을 결제해야했다. 역시 액티브엑스를 설치하고 또 설치하고 그러다가 무려 22분이 걸렸다. 허탈과 분노로 점철된 쇼핑의 사용자경험(UX)이다.

외국의 쇼핑사이트는 전혀 그렇지 않다. 돈 쓰겠다는데 쫓아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편하게 돈쓰게 만드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아마존의 원클릭(1 click)과 페이팔(PayPal)이다. 오늘은 이들이 추구하는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의 구매편의성을 이해하고, 액티브엑스로 억압받는 국내 쇼핑산업의 경쟁력을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1)    아마존의 원클릭 서비스

아마존의 원클릭 서비스란 한 번에 모든 일이 끝난다는 뜻이다. 물건을 보고 그 옆에 있는 원클릭 버튼을 누르면 다 된다. 버튼을 누르면 주문이 접수되고, 등록해 놓았던 신용카드로 결제가 되고, 저장된 주소로 배달 된다. 물론 30분이내에 취소할 수 있다. 인터넷익스플로러(IE) 뿐만 아니라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사파리에서도 되고, 애플 컴퓨터에서도 쓸 수 있다.

한번 클릭이란 극단적 편리함에는 소비자가 돈을 내는지도 모르게 한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결제과정을 최소화시켰기 때문에, 소비자는 클릭을 하는 과정에서 하게 되는 돈을 낼까말까라는 고민이 줄고, 결국 쇼핑을 더 많이 하게 된다.

2) 페이팔

아마존의 원클릭보다 광범위하게 쓰이는 온라인 결제 1위 서비스가 페이팔(PayPal)이다. 아마존의 원클릭은 아마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페이팔은 온라인 쇼핑 뿐만아니라 기부등 송수금 서비스 전반에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24가지 통화(currency)를 지원하며, 3억 개가 넘는 계좌를 가지고 있다. 이베이(eBay)에서는 판매자들이 수금을 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페이팔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우리가 액티브엑스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으로 부터 약 1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페이팔의 기원은 전기자동차로 잘 알려진 앨런 머스크가 1999년에 설립한 엑스닷컴(x.com)이다. 머스크는 집투(Zip2)를 팔아서 번  2천2백만 달러중 일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은행을 거치지 않고 이메일을 이용해서 간편하게 송금하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그리고 2000년에 컨피니티(Confinity)와 합병하여 페이팔을 개명했다. 다음 해인 2001년에 페이팔은 엄청난 성장을 거두며, 10대 인터넷 결제서비스가 되었다. 2002년 이베이(eBay)는 간편한 결제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미화 1.5빌리언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6천억원에 페이팔을 인수하였다. (지면의 제약으로 다루지 못하지만 페이팔 창업멤버의 성공을 빗댄 ‘페이팔 마피아’를 찾아서 읽어보기 바란다.)

페이팔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결제를 하고 송수금을 할 수 있는 간편한 서비스이다. 결제시 신용카드 정보를 매번 입력할 필요가 없으며, 페이팔 버튼을 누르고 비밀번호만 넣으면 된다. 업체측에 신용카드 번호나 은행계좌번호, 개인정보를 보내지 않아 안심도 된다. 그리고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페이팔 결제시스템을 쓰기 때문에 매번 결제방법을 배울 필요도 없고, 사이트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개인, 개인사업자, 법인 모두 거래 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계좌 유지 수수료는 무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자나 마스터 같이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페이팔을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응용결제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빌미레이터(BillMeLater)라는 서비스는 이름 그래도 요금을 지불하는 시점이 25-90일 정도로 미루어진다. 따라서 당장에 돈이 나가지 않는 거래에 유리하다. 거래 특성상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고, 만기일까지 송금하지 않을 경우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트위터에서 이용하는 트윗페이(Twitpay)도 페이팔을 기본으로 한다.  수취인의 사용자 계정과 액수를 보내면, 수취인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면서 돈은 페이팔을 통해 결제된다.

분명한 것은 아마존의 원클릭이나 페이팔처럼 간단하고, 편리하며, 안전한 결제 서비스가 도입되어야 쇼핑의 사용자경험(UX)이 개선될 수 있다. 그래야 소비자들은 즐겁게 쇼핑하고, 쉽게 구매를 하고,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돈을 쓰고 싶어도 절약하게 만드는 액티브엑스 기반의 결제 때문에 한국의 온라인 쇼핑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엑티브엑스 기반의 전자결제는 이제 망국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도 포기했다는 액티브엑스를 고수하는 심각성이 잘 드러난 예가 있다. 어떤 웹사이트에서는 IE 10은 지원하지 않으니, 액티트엑스를 잘 설치할 수 있는 IE 6에서 IE 9로 내려서 사용하라는 웹사이트도 있었다. 보안때문에 액티브엑스가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보안의 기본 규칙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니 더 이상 거론도 않겠다.

우리 쇼핑 산업은 이미 안방에서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는 네 명중 한 명 꼴로 불편하고 값비싼 국내 온라인 쇼핑대신 해외 온라인 쇼핑을 하며 그 편리함에 감탄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 아마존까지 한국으로 진출한다고 한다. 물론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오면 액티브엑스 때문에 원클릭을 못쓰게 되어 결국 마찬가지로 불편해 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아마존이 물류창고만 한국에 두고, 비자나 마스터 등 해외결제 가능한 카드만으로 모든 거래를 미국서버에서 한다면 어떻게 될까? 쉽진 않지만 전혀 불가능한 스토리도 아니다. 이미 스마트폰에서 유료 앱을 구매할 때 원화가 아닌 달러로 표시되고, 카카오톡에서 스티커를 구입할 때도 달러로 표시된다. 결제는 해외결제가 가능한 비자나 마스터 카드로만 하고 있다. (재작년 구글은 플레이스토어에서 우리나라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시도를 했지만 국내 법의 제약 때문에 포기했다.)

그리고 액티브엑스 기반의 결제는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산업의 글로벌화도 막는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해외 직접구매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한류붐을 타고 우리나라 쇼핑사이트에서 직접구매하고 싶은 해외 소비자가 있을 수 있다. 중국, 일본, 동남아는 신선식품배송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슴에 ‘참을 인’자를 서른 번쯤 새기면 돈을 받아주겠다며 액티브엑스기반 결제 서비스를 설득 할 수 있을까? 해외에선 50%이상이 IE를 쓰지 않고 크롬이나 파이어팍스, 사파리를 쓴다는 통계도 있고, 미국에선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를 쓰지 않는 사용자가 30%나 달한다고도 한다. 이런 소비자는 배척의 대상인가?

우리나라 산업은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혁신할 수 없는가? 아마존의 한국진출이 실현될 지, 액티브엑스로 부터 국내 소비자를 구원해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산업이 퍼스트무버로 진일보하려면 철저하게 사용자경험(UX)에 입각한 산업 전략과 관련 법규의 정비가 필요하다. 그 발걸음의 시작이 액티브엑스의 철폐와 관련법규의 정비이다.

히구라 34회: 갤럭시기어와 의료가 만났을 때

청년의사의 신문: 갤럭시기어와 의료가 만났을 때

갤럭시기어, 구글글래스, 나이키의 퓨얼밴드(Fuelband) 등을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라고 합니다.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IT와 의료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신년특집으로 마련된 이번 히포구라테스에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 가져올 의료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원격의료기기 사고를 방지하는 메디칼 HCI/UX

초국경경쟁의 원격의료와 원격의료사고를 방지하는 의료UX

 

원격의료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정부는 국민편의성과 창조산업 관점을 강조하고,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불러올 국민 건강과 생명의 위협을 걱정한다. 양측 모두 맞는 말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을 살펴보고 그 간극을 메꾸어 보고자 한다.

 

1. 정부의 원격의료

먼저 정부는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지역이나 계층이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병원 가정의학과에 2002년부터 실시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처럼,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나 만성질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는 대신 원격의료를 통해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왕진조차 불법인 상황에서 원격의료는 의료서비스의 새 장을 열 수 있다.

아울러 해외동포나 외국인이 우리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한다. 이미 의료관광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기에, 이는 환상이 아니다. 특히 서울도 아닌, 대전에 위치한 선병원의 사례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원격의료 때문은 아니지만, 선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수는 연 400%씩 증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원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고, 방문을 고려하는 이들을 위한 의료상담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와 원격의료를 잘 조합하면, 초국경 의료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직 걸음마도 떼지못한 수준이지만, 이미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핀란드 등 많은 나라에서 원격의료 기술과 서비스를 축적하며 성큼성큼 걷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44개 주와 워싱턴 DC가 원격진료를 허용하였고, 기술, 제도, 법적인 정비를 통해 상용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료처럼, 원격의료는 의사 한명이 원격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이 개발되어 왔지만, 가장 성공적인 분야는 세계 각지의 의사들을 연결하는 고급의료 서비스들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은1996년 보스니아 파병 당시 조지타운대학에서 개발한 원격진단 시스템을 이용하였다. 보스니아와 헝가리에 있는 군인들을 컴퓨터 단층촬영 한 후, 미국과 독일에 있는 전문의들에게 보내 원격으로 영상을 판독하는 방식이었다. 이 보다 약간 앞선 1994년 하버드 의과대학 방사선과를 중심으로 탄생한 월드케어사는 세계 여러 병원과 제휴를 맺고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환자의 엑스레이나 MRI 등의 영상, 진료 자료를 자신들의 제휴병원으로 보내, 검진하고, 치료 자문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우리나라에도 2000년에 월드케어코리아 법인이 설립됐다.

스마트 시대에 맞추어 미국에선 올 10월초 온라인 의료업체인 ‘아메리칸 월’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약처방도 받는 원격의료 영상통화 서비스가 시작됐다. 예를 들어 부정맥이 발생한 즉시 의사와 연결되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보험사인 웰포인트(WellPoint)는 IBM의 인지컴퓨터 왓슨(Watson)을 이용해서 암환자의 치료를 상담해주는 등 여러가지 개인화된 원격의료 서비스를 출시한다. 구글, 애플도 이미 원격의료와 관련된 기술과 국경을 넘는 서비스를 가시화하고 있다. 그 밖에도 삼성 갤럭시기어나 구글글래스, 나이키 손목밴드등 착용형 컴퓨터인 웨어러블 기기들이 일상에서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원격의료는 가정의 환자와 병원의 의사를 연결하기 위해서만 쓰이지 않는다. 병원내에서 조차 의사와 환자는 사실상 멀리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TV 드라마에서 처럼, 병실에 누워있던 환자가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보호자나 간호사가 발견하여 도움을 요청한다. 즉 병원내의 환자가 의사나 간호사와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4시간 환자를 모니터링하는데도 원격의료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에 2013년 1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최초로 병원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격의료 로봇을 승인했다. 그리고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면 초보 의사가 수술하는 장면을 원격지의 전문의가 함께 보면서 도움을 주는 협동수술을 할 수 있다.

MedCity 뉴스에 의하면 미국에서 원격의료에 참여하는 환자는 현재 20여만명 수준이며, 2017년에는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130만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일선 의료현장에서 원격의료 유사행위가 나타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환자가 내원하기 전에 자신의 환부를 찍은 사진을 보내고 문의하고, 그 답변을 토대로 병원을 찾을 지 결정하는 일이 있다. 일선 의사는 곤혹스럽지만 이건 불법이다라며 무시할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2. 의사의 반대 – 원격의료사고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서울 여의도공원에는 의사 2만 여명이 모여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토요일 KBS 1TV 심야토론에 출연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핸드폰으로 진료를 할 때 오진률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편의성만을 내세워 환자들이 초진진료도 원격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정부는 이 정책이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시범사업조차 하지 않았다”고 원격의료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창조산업적 지향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시 하는 의사에 입장에서 이런 우려는 지극히 당연하고, 타당하다. 전통적인 의료장면에서도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은 상당하다. 미국에선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이 심장질환과 암 다음인 3위를 차지 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정보기술(IT) 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원격의료에선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날 것이 명약관화하다. 우선 진료하는 의사와 진료 받는 환자가 한 공간에 있지 않기에 면대면처럼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오진이나 잘못된 치료로 귀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한 의사는 환자와 비디오컨퍼런싱 시스템인 스카이프(Skype)을 이용해서 진료를 했다가, 규제약물을 과다처방했다. 이 때문에 자격정지 2년 처분을 받았다.

의료사고중 상당수는 의료기기(medical devices) 사용과 관련된다. 1991년 기준 으로 노벨(Nobel)은 미국의 의료기기 관련 사고의 50%는 의사나 간호사가 일으킨 것이라는 보고를 하였다. 입원 관련 전산시스템의 입력과 관리 사고에서부터, 랩에서 혈액 테스트를 할 때 의료기기에서 제시하는 결과를 잘못 이해한다거나, 입원비와 치료비를 청구할 때 실수가 나기도 하고, 의사가 손글씨로 쓴 처방전을 온라인 시스템으로 타이핑하며 잘못 입력되기도 하고, 그리고 병실이나 수술실의 의료기기를 잘못 이해하거나 실수로 작동시켜서도 일어난다. 예를 들어, 영아를 치료하던 의사는 아래 <그림 1>에서 보는 것 처럼, 산소량 조절 손잡이의 눈금을 1과 2사이에 맞추어 놓았다가 산소결핍이라는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그 이유는 산소공급기는 1, 2, 3, 4눈금에서만 정확한 양의 산소를 공급한다. 그런데 산소량 조절 손잡이를 돌리면 각 눈금마다 탁탁탁하면서 멈추어야 하는데도 부드럽게 죽 돌아갔다. 그래서 의사는 적정산소량은 1.5 정도로 생각하고 눈금을 맞추었다가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그림 1>knob

 그런데 원격의료 상황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측정 등의 일부를 원격지의 환자가 해주어야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심신이 허약한 만성질환자나 노약자 뿐만 아니라 저학력자, 난독증 환자, 신체나 지적 장애인 등은 의료기기를 잘못 사용할 가능성 있기때문에 전대미문의 사고들이 나타날 수 있다.

3. 결론: 원격의료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 UX가 필요하다

앞서 살폈 듯, 원격의료는 여러 장점을 지녔고, 특히 인지 정보통신기술(Cognitive ICT)과 융합될 때 파괴력을 지닌다. 더군다나 기존 병원에서는 내놓을 수 없는 고가의 고급 의료서비스에서 부터, 매우 값싼 의료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이런 서비스는 국경을 넘어 제공되고, 심지어 약물도 직접 배송될 수 있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가 염려하는 원격의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의료기기의 사용편의성과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야 한다. 이런 분야를 의료 HCI(인간-컴퓨터 상호작용) 혹은 의료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이라고 부른다. 모든 의료사고는 인간의 인지(cognitive) 문제라는 스미스와 쟝의 정의처럼, 의료 UX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 등 의료기기 사용자들이 가진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감각과 지각, 그리고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등의 인지적 제약을 고려하여 쉽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들고자 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산소공급량 조절기는 의사나 간호사의 인지체계와 맞추어 실수를  일으키지 않게 만들었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원격의료 앱도 의사와 환자 모두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이것도 의료 UX에서 다룬다. 의료 UX는 수술실에도 적용된다. 20여년전만 해도 수술실에는 모니터가 없었지만, 지금은 수 많은 모니터가 있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적응 못하는 의사도 많다. 그리고 감염의 우려때문에 모니터를 만질 수 없다. 이 때문에 의료 UX에선 화면을 직접 만지지 않고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제스처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기도 한다. 

쿠퍼티노의 저항정신 – 애플 브랜드 정체성과 한계성

쿠퍼티노의 저항정신  – 애플 브랜드 정체성과 한계성

An interview with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사이언스 학과 조광수

인간중심의 디자인이나 인간중심의 기술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상을 보는 방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을 위하여”라는 낭만주의적 인본주의를 사용자경험(UX)이라고 오해는 하지말아야 한다. UX를 잘 하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애플과 사용자 경험(UX)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애플이 이 분야를 선도했기 때문이다. UC 샌디에고 대학 인지과학과 교수였던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이 애플의 부사장이 되면서 업계 최초로 UX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부서를 만들었다. 물론 그 전에도 이 용어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공식적으로 산업에 등장한 첫 사례이다. 세계 10대 디자인대가로 알려진 도날드 노먼은 인지과학자다. 인공지능 시스템, 기억과 주의(attention)가 그의 연구주제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시각은 어떻게 작동하여 물체를 탐지하고, 주의하고, 기억하는지, 왜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연구하였다. 즉 멋진 인포그래프를 디자인해 놓았지만 막상 사용자는 제대로 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 이유를 사용자의 주의와 기억이라는 사용자경험으로 설명하고 개선할 수 있다.

사람의 UX란 흔히 디자인에서 하는 것과 다르다. 디자인이 보통 눈으로 볼 수 있는 제품이나 패션, 시각물의 디자인을 다룬다면, 사람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고유감각수용기를 가진 감각과 시간감, 육감등 다양한 감각을 가지고 세상을 경험하고, 학습하고 기억한다. 즉 UX 디자인이란 결국 사람이 어떻게 대상을 지각하고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하느냐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이는 제품 그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속에서 잉태되는 제품을 바라보는 태도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후자를 UX 마케팅이라 하며, 이 역시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애플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보는가.

애플의 기저에는 기득권에 저항적인 히피문화가 깔려있다. 스티브 잡스가 성장하고 현재 애플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쿠퍼티노(Cupertino)라는 동네는 특이하다. 미국에서 교육수준이 가장 높고 주변 동네와는 약간 고립되어있는 지형이다. 쿠퍼티노는 다양한 사고가 교류하는 문화를 가진 최고의 지식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면서, 자유로운 사고들이 교통할 수 있는 곳이다. 잘 아는 얘기로 스티브 잡스의 성장배경을 보면 그가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고등학교 때 HP에서 인턴을 한 경험이 있는데, 맨발로 다녔다고 한다. 인간성 회복을 주장하던 히피 문화에 젖어 있었던 탓이다. 이런 행동을 시카고나 뉴욕같은 보수적인 도시의 기업에서 할 수 있을까?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거의 출입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히피문화에서 성장한 잡스의 혈관에는 저항과 도전의 피가 흘렀다. 플라워 파워라는 사건을 이해하면 그 정신을 이해할 수 있다. 쿠퍼티노와 약 1시간정도 떨어진 샌프란시스코는 베트남전으로  떠나는 청년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은 반전을 상징하는 평화의 꽃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학교인 UC 버클리 대학이 있다. 그 당시 UC 버클리 대학은 주변 건물을 부시면서 주차장을 만들려하였다. 그런데 이 공사판에 히피와 대학생, 시민들이 모여 꽃과 나무를 심어 공원처럼 만들었다. 그러자 훗날 대통령이 되었던 레이건 주지사는 군대를 파견하여 이 공원을 파괴하고 시위를 응징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 군대앞에 히피와 시민은 꽃을 들고 나타났다.

애플이 내 놓은 “Big Brother”란 광고를 기억하는가. 애플의 역사적인 광고인데, 제품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최초의 광고로서,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를 연상케한다. 자본과 권력을 독점한 빅브라더는 세상 곧곧에 스크린을 놓고 모든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한다. 그리고 젊은 애플은 시위를 진압하는 군대에 쫓기며 빅브라더를 해머로 부순다. 바로 그 빅브라더는 IBM을 상징하였다. 이 광고는 1983년 12월 31일과 1984년 1월 22일 미국 슈퍼볼 경기 하프타임에 방연되었고,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리고 몇년 후 애플은 ‘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온다. 이 역시 IBM의 슬로건 ‘Think”를 연상케 한다.  삼성의 슬로건이 “Inspire the world”인데, 어떤 기업이 나와   “Inspire the world different”라고 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 보면 그 여파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알버트 아인쉬타인, 밥딜런, 마틴 루터 킹목사, 무하마드 알리, 에디슨, 간디처럼 세상을 바꾸어 나간 역사적 인물을 내세우는 광고를 했다. 그리고 애플의 의미를 세상을 혁신하기 위해 도전하는 자로 스스로를 각인해 나간다. 도전자 전략이라고 하는 것이다. 관료주의와 국가주의, 전쟁을 통해 성장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 히피의 저항처럼 인간의 삶을 사람답게 만들어버린 상징이었다.

애플은 그렇게 미국인의 가슴 속에 자리잡았다. 애플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그런 정신과 비전을 받아들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애플의 컬트스러움, 숭배 문화로 이어진다. 1997년 잡스가 애플로 돌아오면서 OS X 운영체제가 출시했다. 그때의 그 대단함, 그 화려한 컬러, 엄청난 화면과 디자인에 많은 사람이 애플을 다시 가슴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컬트스러운 문화를 상징하는 일들이 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이어폰 줄이 지나치게 길었다. 그런데 이는 일종의 애플매니아의 상징이었다. 추렁추렁 늘어진 하얀색 이어폰 줄만 보면 ‘아 저 사람은 아이폰 쓰는구나!”하고 알아봤다. 그리고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등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제스처를 취했다. 초기 애플 랩탑을 넣고다니던 가방이 있는데 사실 디자인은 별로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밖에 없었다. 어느 날 그 가방을 메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데 누군가 지나가면서 ‘A good bag!’이라고 말했다. 알아본 것이다. 이런 사소한 일에서도 애플의 컬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저항정신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보는가이것이 애플의 경험이 되어야 할까.

예전에는 애플의 도전과 저항의 상징을 가슴에 담은 매니아들이 있었다. 이들이 추종하는 애플의 제품은 단지 새로운 신상품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해석이 되지 않을만큼 병적이라거나 컬트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잡스가 내세운 비전과 이를 구체화해낸 혁신적 제품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진정성(authenticity)이 만들어지고, 소비자의 추종이 따른다.

그러나 애플이 세상의 1등이 되고 세상을 지배하면서 이제 애플은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누구나 사용하는 ‘좋은’ 제품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아이폰5가 출시되고 아이폰 판매는 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애플 브랜드에 대한 프리미엄 가치(Premium value)는 떨어졌다. 왜냐하면 애플을 사던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만 구입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대를 이끄는 대항마로서 가지는 상징성, 시대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를 추종하는 것이 애플 문화의 근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 쿡은 그렇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아마 뛰어난 전문 경영인인 것 같다. 현재 우리가 느끼는 애플은 혁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바로 비전과 정신이 없는 것이다. 비전이 없는 기업은 제품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그런 기업은 언제든지 좋은 제품이 나오면 내려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애플을 인격체에 비유한다면 뭐라고 설명할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시리(Siri)는 굉장히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시리는 생각보다 더 똑똑한 아이고 이제 사람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은 이 아이가 나와 동일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구글 글래스에 시리가 들어있다고 해 보자. 사용자가 보는 것을 함께 보고 듣는 것도 같이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본 것을 모두 기억할 수 있다. 우리는 볼 수 있는 것만 보지만, 이 글래스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까지 기억한다. 그리고 사용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 기계가 인간다운 모습을 취하면 취할수록 또는 그런 방식을 취해가면 취해갈수록 사람들은 그 기계를 더욱더 사람처럼 대한다. 인간과 동일하게 대우를 한다는 것이다.  브랜딩에도 중요한 개념이다. 브랜드는 로고가 아니다. 어떤 정신을 가지고 어떻게 작업해 왔는지, 그리고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충전기를 가는 식이 아니다안을   없다는 것이 그것을 인격체로 느끼게 하는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이폰을 열어보면 놀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안에 구조를 보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뒷면을 열었을 때 알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은 애플은 기계도 잘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 작은 공간을 보면 뛰어난 구조설계가 돋보인다. 애플은 모든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접착제도 개발했다. 사실 이 뒷면을 열지 않게 한 이유는 따로 있지 않은가? 열면 배터리는 교체할 수 있지만 또 하나의 커버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도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격이다.

애플의 씨드(Seed)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애플의 씨드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정신’이다. 그 저항의 근원은 휴머니티(Humanity)이다. 그들이 인문학을 외치는 이유이다. 씨드는 자라면서 잎이 나고 줄기가 형성되면서 강해진다. 초기에 애플의 전략은 대중적이지 않았다. 씨드가 확산되면 그 아이덴티티(identity)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정신을 이해 못 하는 대중에게 그들의 제품은 그저 제품일 뿐이다.

그 정신의 모체는 스티브 잡스가 있고, 잡스의 뒤에 그런 정신이 있다. 그가 떠난 후에도 그 아이덴티티를 정신을 가져가야 하는데, 팀 쿡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Profile

조광수|현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World Class University 교수, 인터랙션사이언스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HCI/UI/UX/소프트웨어/마케팅/디자인 관련 약 120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공학, 인문사회, 디자인의 융합을 강조한다.

Unitas BRAND Vol. 32 브랜드와 부(富)랜드 2 – VISGRAM

우리 삶 속의 로봇

내 나이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 로봇을 이야기하면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가 그려지고 일본에서 건너온 마징가제트·아톰·철인28·짱가가 머리 속에 떠오른다. 보다 젊은 세대에 로봇이라 하면 에반겔리온, 터미네이터 그리고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에 나오는 아이로봇이 생각난다. 우리 세대에 로봇은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인이나 악의 무리에 맞서는 전사였다.

얼마 전에 배두나씨가 열연한 ‘공기인형’이란 영화를 보았다. 영화에서 고무풍선 인형인 노조미(배두나 분)는 어느 날 아침 사람의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그는 외출을 하게 되고 진짜 사람 모습의 행동과 말 그리고 관습을 배우며 익힌다. 그리고 우연히 들른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그곳의 점원인 준이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속 이야기일까? 부지불식간에 로봇은 우리의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재앙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로봇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자로 건물 안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로 건물 안으로 로봇을 투입해 방사선량과 온도를 측정했다. 이렇듯 로봇은 사람에게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할 수 있다.

병원에 가도 로봇을 찾을 수 있다.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이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외과의사의 손을 넣기 위해 복부를 가르던 방식에서 바늘처럼 매우 가늘고 36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 팔과 카메라를 복강 내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NT리서치사에서 만든 로봇은 혈액샘플을 이곳저곳으로 옮겨다 주기도 한다.

이런 로봇을 이용해 노인이나 장애인을 돌보려고 하기도 한다. 일본의 파나소닉에서 개발하고 있는 로봇 침대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휠체어로 변하고 리바라는 로봇 간호사는 60㎏ 정도의 환자를 들 수도 있다.

우리 가정에도 로봇이 있다. 청소기 로봇은 우리 삶 속에 들어오고 있는 로봇의 또 한 가지 예다. 매일 매일 힘들고 지겨운 청소를 청소기 로봇은 마다하지 않고 지치지도 않으면서 집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석 구석 청소한다. 먼지가 많은 곳에서는 오래 머무르며 청소한다. 여러가지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조만간 집집마다 하나씩 갖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제 학교에도 로봇이 있다. 로봇을 보조교사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최초로 공식적인 교육기관에 로봇 보조교사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시작이다. 예를 들어 유진로봇의 아이로비큐는 유치원에서 선생님을 도우며 어린이들의 출석 체크도 하고 영어도 가르쳐 주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진행된 것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다. 주변의 로봇 강국인 일본도 최근 로봇을 이용한 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강점은 로봇에만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로봇기반 교육이 콘텐츠를 로봇의 멀티미디어 스크린을 통해 전달하는 중심이라면, 이들은 학습장면에서 로봇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어떻게 로봇이 설명을 해야 하나? 로봇이 어린이와 대화하면서 중요한 말을 강조해 줘야 하나 길게 해야 하나? 눈을 얼마 동안 맞춰야 하나 등이다.
사람이 가진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는 데도 쓰인다. 일본의 패로라는 물개 로봇은 노인들과 생활한다. 양로원 혹은 실버타운이란 곳에서 노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그들을 즐겁게 한다. 애완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잘 안다. 어릴 때 마냥 귀엽기만 했던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생명을 다할 때가 다가오면 얼마나 힘든지. 이런 고통은 노인에게는 더 클 수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로봇을 이용한 자폐성 장애 어린이 중재치료 연구를 하고 있다. 다른 연구자들과 달리 우리의 목표는 있는 로봇 자체를 개발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지 않는다. 자폐성 장애를 이해하고 자폐성 장애 어린이와 로봇의 상호작용, 이를 통해 자폐성 장애를 중재치료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이 있다고 자폐성 장애가 치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20년 정도 지나면 로봇이 사람보다 많아지고 더 똑똑해진다고 한다. (사실 지금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는 양을 따진다면 사람보다는 로봇이다) 만화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존재했던 로봇은 조만간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더 깊숙이 들어 올 것이다. 어쩌면 조만간 월리나 아톰 같은 로봇 친구를 주변에 두는 세상이 성큼 다가 올지도 모른다.

2011-08-25, 파이낸셜뉴스

http://www.fnnews.com/view?ra=Sent0601m_View&corp=fnnews&arcid=0922399552&cDateYear=2011&cDateMonth=08&cDateDay=25

2020년대 근미래 자동차의 키워드는 자율 주행, 연결, 전기차?!

iOS7 발표장: Siri를 채택한 완성차 업체들

2013년 12월 2일자 한경칼럼 “무인 자동차보다 무서운 애플 시리의 힘” 보기

인간-자동차 상호작용의 UX: IT 가 유린하는 근미래 자동차

2020년대 근미래 자동차 트렌드: 자율 주행, 커넥티드 카, 전기차?!

“구글·애플·테슬라 같은 IT 업체가 유린하는 근미래 자동차의 백미는 인간·자동차 상호작용의 사용자 경험 기술이다. 그래서 자율 주행, 연결, 전기차로 대표되는 근미래 자동차의 펀더멘털은 전자자동차이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플랫폼이다. IT 기업은 부품을 2만 개씩 써가며 무거운 자동차를 만들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가볍고 움직임이 빠르기에 깡통 같은 자동차의 내용물을 서비스로 채우려고 할 것이다. 최근 닛산·포드·아우디 같은 완성차 업체가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짓고 제너럴모터스(GM)나 BMW가 벤처 펀드를 만들고 인텔이 캐피털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완성차 기업이 모기를 보고 칼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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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무인 자동차보다 무서운 애플 시리의 힘”를 보신 경희대 이경전 교수님과의 대화

Q:
Kyoung Jun Lee 저는 시리는 망할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인데..시리가 정말 가능성이 있나요? 조교수님은 Siri 많이 쓰세요? 정말 궁금해요. 무인자동차도 캘리포니아든 어디든 시험을 위한 주행을 허가한 것이지 일반 주행을 허가한 것이 아니라 갈길이 멉니다. 저는 일반 주행허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것도 미국에서 행정처리시간이 더디기로 악명높은 DMV에게 일반 주행 가능을.위한 안을 만들라고 맡겼거든요. DMV가 질질 끌다 말지 않을까요? 시리와 무인자동차에 대한 견해가 저와 완전 정반대시라서 댓글 남겨봅니다.

A:
Kwangsu Cho Kyoung Jun Lee 무인차 vs. 시리는 제 뜻이 전혀 아닙니다.글의 제목도 원래 저게 아닙니다. 현재 칼럼의 제목은 원래 “무인 자동차보다 무서운 애플 시리의 힘”이 아닙니다. 2020년대 자동차 키워드가 자율, 연결, 전기차로 완성차업계에서 셋팅을 했지만, 제가 제안한 원제목은 “여인의 향기(IT)가 유린하는 자동차의 근미래” 였습니다. 물론 항의했죠. 그러나 편집권한이라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수용. -.-

마찬가지로 글의 요지는 무인저동차보다 시리가 낫다가 아니라, IT가 자동차의 미래 키워드를 장악했고, 다음 차 모델이 나오는 근미래 2020년대에는 서비스를 중심으로한 HMI가 핵심이란 뜻입니다. 다음주 월요일엔 그래서 테슬라 칼럼이 나오는데, 테슬라는 그냥 전기차로 이해해선 답이 안나옵니다. 그래서 IT입장에서 재분석하고, 테슬라가 준비하는 혁신의 목표와 다음 혁신 로드맵을 예상합니다. 물론 근간에는 엘론의 철학 분석이 있고요. 스티브잡스를 한단계 넘어서는 근본 철학입니다. 개인적으로 잡스이후 가장 감동적인 CEO죠 ㅎㅎㅎ

그럼에도 무인차 vs. 시리 비교:

진짜 완전 무인차는 정말 멀었죠. 현재 미국에서의 무인차 허가는 2인이상 탑승하고 1인이 운전석에서 앉아서 손을 놓는 경우를 허가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한적인 무인차 기술은 내년도에 메르세데스벤츠 S클라스에서 부터 등장한다고 합니다.

무인차에 비해 시리는 정말 가볍습니다. 이미 현대-기아를 포함한 내년도 12개사 완성차 업계에서 쓰기 시작하는데, 요는 시리라는 대화형 에이전트가 미래 전자차의 콘텐츠와 서비스의 유통을 장악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우리 말이야 잘 안되지만, 2020년대 시리 성능은 지금보다는 탁월하지 않을까요?

칼럼에는 쓰지 않았지만, 완성차 업계에서 보는 무인차와 시리는 일반의 시각과는 조금 다른데,

(1) 무인차는 상당히 경계합니다. 현실적인 법적 허가 문제를 떠나서 “차”라는 업종을 건드렸고, “안전”이라는 차의 핵심 문제를 직접적으로 태클해서 인것 때문이라 여깁니다. 그리고 완성차 업계와 협업으로 무인차를 만들었고 토요타 프리우스를 개량해서 돌아다니기에,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현대기아차나 여러 회사가 열심히 연구하게 됩니다. 물론 완전무인차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관련 비전기술 같은 것은 획득하는 목적이 더 큽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완성차 업체가 각자 “할 수 있다” 혹은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에 비해, 시리 같은 기술은 (1) 중요하지만, 무인차에 비해 그렇게 중요하게 느끼지 않고, (2) 자신들이 하기가 “무척 어려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리같은 걸 만드느니 차라리 협력하자는 생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렵고 못하는데 차의 근본 핵심은 아니나 너무 중요하니, 그냥 협업하자는 것이지요. 애플이 요새 특히 많이 쓰는 시장장악전략이 성공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 부분은 특히 혁신이론에선 말하지 못하는 흥미밌는 부분이라 나중에 다시 길게 쓸께요) 그래서 제 요는 그러다 막상 뒷통수 맞을 수 있다입니다. ㅋㅋㅋ

2020년 근미래 자동차의 키워드는 자율, 전기, 연결?

2013년 12월 2일자 한경칼럼 “무인 자동차보다 무서운 애플 시리의 힘” 보기

IT에 유린 당하는 미래 자동차

20여년 전에 상영된 ‘여인의 향기’란 영화가 있다. 알 파치노가 레스토랑에서만난 여인과 담백하고 절제된 탱고를 추는 장면을 기억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이 영화는 시각장애인인 프랭크 역을 하는 알 파치노와 챨리라는 두 남자의 자살여행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여인의 향기’인 이유는 알 파치노의 대사에서 드러난다. 그는 세상에서 F로 시작하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여인(Female)과 페라리(Ferrai)라고 말한다. 내게 무척 강한 인상을 남긴 부분은 이 영화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페라리 장면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프랭크가 미친듯이 몰아대는 페라리. 하지만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조수석에 앉은 챨리때문이다. 그는 프랭크의 지각과 인지능력, 운전능력,그리고 도로 상황을 종합해서 정확하고 적절하게 방향을 알려준다. 챨리 같은 똑똑한 도우미가 있다면 길찾기는 물론이고,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주고, 전화도 걸어주고, 문자메세지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운전은 혼자 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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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며 완성차 업계는 2020년대 근미래 자동차 트랜드 분석에 여념이 없다. 이들이 서슴없이 뽑아내는 키워드는 무인자동차로대표되는 자율주행, 인터넷에 연결된 커넥티드카, 그리고 전기자동차이다. 

먼저 자율주행을 보자.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독보적이다. 구글 엑스(X) 프로젝트의하나로서 토요타의 프리우스를 무인자동차로 개조하였는데 환경을 인식하고 생각해서 알아서 움직인다. 이미 사람이모는 경우보다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열심히 로비한 덕분에 2011년 네바다주에서 그리고 곧 이어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에서 무인자동차를 합법화해냈다. 단 조건이있다. 항상 두 사람이 자동차에 탑승해 있어야 하며, 이 중 한 사람은반드시 운전석에 앉아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게 합법화되었다는 것은 일대 도약이다. 애플도 곧 이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얼마전 새 운영체제를 발표하면서 복잡한 교통속에서도 안전하게 움직이는 상황을 데모하면서 그들의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내년부터는 제한적이나마 무인자동차 기술이 가시화될것 같다. 메르세데스 S 클래스에는 시속 200킬로내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무인자동차 기능이 포함될 전망이다.

두 번째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커넥티드카이다. 작금의 자동차는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교통방송을 틀고 내 상황이 나오는지 귀기울여야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되면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체 교통상황을 차가 모니터링할 수 있고, 당장에는 앞뒤 차 사이에서 통신하며 거리도조절하고 안전을 담보해 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영상통화에서 부터,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이런 커넥티드카의 필요성은 스마트폰 때문에 각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사람들은 차에서 스마트폰을많이 쓰고, 이는 결국 인터넷을 통한 연결과 정보소비이기 때문이다.

여담인데 몇 년전 만해도 현대차를 살 때 수 백만원하던순정 내비게이션 대신, 60만원을 주고 팅크웨어의 아이나비를 장착하는 일이 빈번했다.아이나비는 당시 국내 1위 내비였고, 결국스마트카를 꿈꾸던 유비벨록스가 팅크웨어를 인수했다. 유비벨록스의 2대주주는현대차였고,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와 기아에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이다. 대충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수를 아쉽게 한 것이 스마트폰이다.사용자들은 자동차에 내장된 내비게이션보다 스마트폰으로 티맵이나 김기사를 더 많이 쓰기 시작했다. 지도 업데이트도 어렵지 않고, 10여초마다  빠르게 도로 상황을 파악해서 길을 찾아 주고,필요에 따라 티맵이나 김기사를 선택해서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전기차이다. 전기차하면 블랙스완처럼등장한 신생 자동차 회사 테슬라이다. 테슬라 자동차는 6천만원대부터1억원 정도의 상당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중 모델 S가 가장 인기있는 모델인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 시리즈 같은 프리미엄급이다. 전기차이다보니 파워트레인이라고는 바퀴에 붙은 모터가 전부다. 덕분에 엔진소음은 없고, 속도는 최고 시속 200km까지 나오고, 고성능배터리를달면 시속 100km주파에 약 4초 걸리고, 4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고급스포츠카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이제 누구나 좋은 배터리와 모터만 공급받으면 좋은 차를 만들수 있게 된다. 하지만 IT기업인 테슬러가 만들어 내는 혁신의 화룡점정을 전기차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점은 다음칼럼에서 다룬다.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오래 전부터 전기차를 연구했지만 현실성이 없어서 못먹는 감이었다. 이유는 배터리 문제와 충전소 설치 때문이었다. 최근 기술이 좋아져서 집에서도 한 번 충전에 200km이상 갈 수 있고, 전기요금도 저렴해졌지만, 충전시간은 여전히 최저 30분에서한 두시간 걸린다. 부산한번 가려면 충전소에 꼭 한번은 들려야 하는데 행복하지 않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토요타, 닛산, BMW 같은 완성차 기업은 수소연료전지를 선호한다. 더군다나 10년 보증을 내걸고 헤비급이 된 현대기아차에서 2-3년 수준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현재 테슬라의 ‘모델 S’를 필두로 쉐보레의 ‘볼트’, 닛산의 ‘리프’가 있고, 내년이면 현대기아차의 ‘쏘울 EV’과 BMW의 ‘I3’가 출시된다.

IT 서비스가 수렴청정하는 자동차의 미래

2020년대 자동차의 미래는 현대기아차 같은 전통 완성차 산업이 아닌 IT 기업이 설정하고 있다. IT에서 바라보는 자동차는 인간-자동차 상호작용(HMI)의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의 관점이다. 그러다 보니 전통 기계 자동차의 제조보다 인지컴퓨팅 기반의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우선 구글의 로보택시 (Robo-Taxi)컨셉을 보자. 마치 택시처럼, 로보택시는 손님이 부르는 곳으로 가서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서비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작한 우버(Uber)콜택시(?) 서비스도 구글이 투자한 점을 본다면 구글은 자동차를 이용한 서비스 장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토롤라를 인수하였듯 직접 차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무인자동차 기반의 서비스로 뚫어야 하는 난관은 각국의 법규뿐만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운전자가 아무 근심없이 운전대에서 두 손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차를 탈 수 있는 소비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무인자동차보다 정말 무서운 것이 애플의시리이다. 시리의 미래는 ‘여인의 향기’에서 나온 챨리같은 도우미라고 할 수 있다. 말 만하면 시리는 길안내를 해 주고, 전화도 걸어주고, 문자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물론 내마음을 알아주며 가족행사를 챙겨주고, 페이스북을 읽어주는 똑똑한 개인비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의 커넥티드 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동이 된 시리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유통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대기아차를 비롯해서 GM, 토요타, 혼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페라리, 셰보레, 재규어, 아우디, 크라이슬러, 볼보, 랜드로버와 협력관계를 구축하였다. 2020년경 시리기술의 수준을 가늠하긴 어려워도 그 위력은 대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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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리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인간-자동차 상호작용의 사용자경험을 바꾸게 될 전망이다. 무인자동차가 안전은 보장할 수 있겠지만,결국 운전하는 맛은 사라지고 자동차의 로망도 앗아가게 될 수 있다. 이와 달리,똑똑한 시리는 마치 ‘여인의 향기’에서 나온챨리같이 운전자에 맞추어 기억하며,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협동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리를 사랑하는 드라이버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구글이나 애플, 테슬라 같은 IT 업체가 유린하는 근미래 자동차의 백미는 인간-자동차 상호작용의 사용자경험(UX) 기술이다. 그래서 자율주행,연결, 전기차로 대표되는 근미래 자동차의 펀더멘탈은 전자자동차이며 이를 기반으로하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플랫폼이다. IT 기업은 부품을 2만개씩 써가며무거운 자동차를 만들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가볍고, 움직임이 빠르기에깡통같은 자동차의 내용물을 서비스로 채우려고 할 것이다. 최근 닛산, 포드, 아우디 같은 완성차가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짓고, GM이나 BMW는 벤처펀드를 만들고, 인텔이 캐피탈을 만든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완성차 기업이 모기를 보고 칼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랄뿐이다.

조광수 kwangsu.cho@gmail.com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사이언스 연구소장